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에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마치 반사판의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이 타인에게 어떻게 가닿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규정되는 이 과정은 왜 인류가 너무나 많은 사랑과 실연의 고통을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내고 그의 빈 곳을 채워주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짐작보다 문제는 더 복잡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이 견딜 수 없게 다정한 것- 누군가를 보살피고 도우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강렬한 만족감- 을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나 결혼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게 되는 데는 모든 관계를 ‘재생산’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물신주의를 벗어나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존재의 완성에 대한 바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다정의 구조가 일상으로 오면 아주 쉽게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균형을 잃어가는 것이 문제이지만.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의 한계를 명랑하게 풀어가는 <매기스 플랜>, 씨네21, 김금희
그냥 물어보는 안부도
괜히 오버하는 반응도
이제 필요 없는 짐일 뿐
아무 의미 없던 나에게
거울 속의 내가 말해준
아직 꿈이 있는 그 곳에
나의 카누를 띄워볼까
파라다이스 솔직한 자유와
한 때 타잔이 입던 옷가지 하나
파라다이스 좀 어리숙해도
있는 그대로 날 받아 주는 곳
(나나나...) - ★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난 후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영화 <너와 나> 시나리오 과정, 조현철의 대답
2016년에 일기를 광적으로 자세히 썼다. 매 끼니 무엇을 먹었는지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세세하게 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무언가 톡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이 내게는 시처럼 느껴졌다.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시와 같은 방식으로 배치하며 어떤 장면을 계속 채집해나갔다. 취재도 많이 했다. 한예종 입시 학원 강의를 나갔고,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로 특강도 몰래 나갔다. 앵무새에게 ‘사랑해’ 라는 말을 가르치는 신은 영상원 입시 강의를 나갔을 때 어떤 학생이 숙제로 써온 일기 내용이었다. 영화 속 배경이기도 한 안산에서 실제 유년을 보냈는데 그 기억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yes it is
좋아하는 김민희의 순간
무뎌지는 건 없구나
너를 떠올리며 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 네가 태어난 날 그 날은 유성우가 소낙비처럼 쏟아지지 않았을까
찰나에 가깝지만 마음에 오래 머무는 순간이 있대 몇 해 전 너를 기억해
계속 생각했어
네가 잘 지내기를, 언제나 잘 지내주었으면...
가끔 너는 생각이 많고 남보다 오래 고민하는 자신을 탓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너처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감정은 고여 있지 않고 흐르기 마련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삶이라지만 네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 응원할게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야
생일 축하해